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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 시대의 서막, 이집트 제3왕조 이야기

고고학자 알엔스 2025. 4. 21. 03:06

고대 이집트 문명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마 피라미드일 것 같습니다. 특히 기자의 대피라미드처럼 거대한 구조물은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경외감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웅장한 피라미드들이 처음부터 존재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이집트 제3왕조는 바로 이 피라미드 시대의 시작을 알린 중요한 전환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도 처음에는 ‘피라미드=쿠푸왕’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집트 역사에 깊이 빠져들면서, 그 앞 단계였던 제3왕조가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 새삼 깨닫게 돼었습니다. 단순히 “첫 번째 피라미드가 지어진 시기”라는 것 이상으로, 제3왕조는 정치·종교·건축 기술이 본격적으로 발전하며 고대 이집트의 전성기를 준비하던 ‘기반의 시대’였습니다.

피라미드 제3왕조 관련 사진
이집트 피라미드의 서막 제3왕조 이야기


조세르 왕, 그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제3왕조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인물은 단연코 조세르(Djoser) 왕입니다. 그는 단지 한 왕조의 초대 파라오였을 뿐 아니라, 이집트 최초의 석조 피라미드, 바로 사카라 계단식 피라미드를 남긴 인물이기도 하죠.

조세르가 주목받는 건 단지 건축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의 시대는 중앙집권적 체제가 본격적으로 정비되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즉, 단순한 부족 연합의 형태에서 벗어나 조직화된 국가 체제로 발전해가는 과도기의 리더였던 셈이었습니다.

조세르의 피라미드는 그 자체로도 상징성이 큽니다. 이전까지의 왕릉은 흙이나 진흙 벽돌로 만든 마스타바 형식이었지만, 조세르는 이 구조를 쌓고 쌓아 6단계의 계단형 석조 구조물로 완성했습니다. 저는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단순한 건축 혁신을 넘어, 사후 세계를 향한 새로운 비전이 담긴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늘을 향해 층층이 올라가는 형태는 단순한 무덤이 아니라, 왕이 신이 되는 여정을 상징하는 듯 생각했습니다.


이모테프, 단순한 신하가 아닌 고대의 천재

조세르 시대를 이야기하면서 이모테프(Imhotep)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는 조세르 왕의 재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상 제3왕조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설계자였습니다. 건축가, 의사, 제사장, 천문학자, 행정가 등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그는 후대에는 신격화되기까지 했습니다.

이모테프가 설계한 사카라 피라미드는 단지 돌을 쌓은 구조물이 아니었습니다. 왕의 생전과 사후를 통합한 거대한 종합 종교복합단지였습니다. 저는 그 구조를 공부하면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습니다. 왕권과 종교, 그리고 영원한 삶에 대한 집착이 어떻게 건축이라는 형식으로 표현될 수 있는지를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건, 이모테프가 단순한 기술자나 재상이 아니라, 신과 인간 사이의 중개자처럼 여겨졌다는 점입니다. 신전에 기록된 그의 이름은 단순한 공로 표시가 아니라, 신적인 지혜에 가까운 존재로서의 존경이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이집트 문명이 얼마나 ‘지식과 권력’을 동시에 숭배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제3왕조의 숨은 의미, 체제의 안정과 문화의 시작

제3왕조는 겉보기엔 조세르와 사카라 피라미드의 상징성에 가려져 있지만, 그 이면에는 여러 가지 중요한 변화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바로 국가의 행정 체계가 보다 정교해졌다는 점입니다. 당시부터 파라오를 중심으로 하는 관료제도가 강화되었고, 각 지역의 총독과 행정담당자들이 파라오의 명령을 집행하는 형태로 정비되었습니다.

또한 종교적인 부분에서도 변화가 두드러지죠. 태양신 라(Ra)의 숭배가 본격적으로 강화되기 시작한 시기도 이때입니다. 이후 제4왕조에서 대피라미드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는데, 그 시작은 사실상 이 시기부터 예고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변화들이 단순히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사고방식, 신에 대한 이해, 삶과 죽음에 대한 관념이 복합적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세르의 피라미드는 그런 철학이 처음으로 물리적인 형태로 구현된 첫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낀 제3왕조의 ‘미덕’

제3왕조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기초를 다진 왕조라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고 느껴집니다. 쿠푸왕이나 람세스 2세처럼 이름이 널리 알려진 왕들은 아니지만, 그들의 업적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제3왕조가 만든 틀이 있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저는 제3왕조를 통해 ‘시작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겉으로는 크지 않은 변화라도, 그것이 후대에 얼마나 큰 파장을 줄 수 있는지, 그리고 역사란 항상 누군가의 조용한 시작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걸 이 시기를 공부하며 깨달았습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도 대단한 성과보다, 작은 기획과 탄탄한 기초 설계가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제3왕조가 말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치며: 피라미드 시대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많은 사람들이 이집트의 대피라미드를 보며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을까?’ 감탄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보다 먼저 ‘어떻게 이걸 만들 생각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그 질문의 답이 바로 이집트 제3왕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보다 중요한 건 비전이고, 돌을 나르는 힘보다 더 강력한 건 상징을 설계하는 사고입니다. 피라미드는 단지 무덤이 아니라, 사람과 신, 권력과 영원의 경계를 잇는 구조물입니다. 그리고 그 첫걸음을 뗀 왕조가 바로 이 제3왕조라는 사실, 저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 시기가 고대 문명사에서 얼마나 특별한 시기인지 충분히 말해준다고 느낍니다.

혹시 피라미드에 관심이 있다면, 그 전제와 기반이 된 제3왕조에 먼저 눈을 돌려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겉보기에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수천 년 후에도 이어질 강력한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답니다. 다음은 태양신 라(Ra) 포스팅을 준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